[일상스케치] 트레이드 오프

전산학에서 배운 개념 중에서 일상에 가장 쓸모 있는 개념이 있다면 바로 트레이드 오프다. 트레이드 오프는 간단히 말하면 두가지를 동시에 추구하기란 쉽지 않다는 개념이다. 속도를 빠르게 하려면 공간을 더 써야 하고, 공간을 줄이려면 속도를 희생해야 한다는 것과 같이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에 쓰인다. 즉,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함을 의미한다. 물론 고상한 전산학까지 가지 않아도 초중등 교과서에도 이 내용이 나온다. 두마리 토끼를 잡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트레이드 오프는 그것보다는 조금 더 확장된 개념이긴 하다.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다고 한다면 한 마리만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트레이드 오프는 반반을 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 내려가서 초등학교 때에도 이 개념을 배우긴 한다. 사탕 항아리에 아이가 사탕을 꺼내려고 손을 넣고 있다. 사탕을 집고 있어서 손이 나오지 않는다. 아이가 사탕을 적당히 포기해야 손을 뺄 수 있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그렇게 인생 전반에 걸쳐서 우리는 트레이드 오프란 개념을 배운다. 그만큼 중요한 개념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만큼 사람들이 쉽게 잊어버리는 내용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사이의 C(Choice)라고 얘기한 철학자의 말처럼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이란 것이 결국은 트레이드 오프를 조율하는 과정이다. 연봉을 많이 주는 회사에 입사하면 돈은 더 벌 수 있겠지만 개인 시간은 더 많이 희생할 수 밖에 없다. 작은 회사에 다니면 보다 많은 사사로운 자유로움은 누릴 수 있겠지만 어디 가서 이야기할 때 그 회사를 아는 사람이 없을 수 있다. 아이를 놓으면 아이가 커 가는 것을 지켜 보는 기쁨은 누릴 수 있겠지만 자신의 인생 중 중요한 시간 대부분을 아이를 위해서 희생해야 한다. 유명해지면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기 때문에 좋겠지만 그 사람의 사생활은 없어진다. 인생 전반에서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많은 일들이 사실은 트레이드 오프적인 성격의 것들이고 우리는 그 사이에서 어떤 것을 얼만큼 추구할지 결정해야 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잊어버리는 내용 중 하나는 바로 항아리에서 손을 못 빼고 있는 아이처럼 그런 종류의 많은 문제들이 트레이드 오프적인 성격의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아이를 놓고 기르면서도 그 전과 같은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거나, 연봉을 많이 주는 회사에 들어가도 일은 조금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거나, 유명한 연예인이 되어도 그 전과 같은 사소한 일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예전에 친구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은 모 프로그래머가 만든 게임이 생각난다. 그 게임은 간단하다. 시작은 직사각형 모양의 왼쪽 상단에서 한다. 한번에 우리는 네 방향 중 한 칸만큼 움직일 수 있다. 우리가 게임 내에서 움직일 수 있는 최대 횟수는 정해져 있다. 그 프로그래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트레이드 오프다. 우리가 오른쪽으로 많이 움직인다면 상대적으로 위나 아래, 왼쪽으로는 적게 움직일 수 밖에 없다. 우리는 그 제한된 횟수 내에서 우리가 선택한만큼 경험하게 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질 순 없다. 하나를 더 많이 가지기 위해서는 다른 하나는 그만큼 포기해야 한다. 보통 사람들이 무엇을 더 가질지는 잘 선택하지만 무엇을 포기할지는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무엇을 더 가질지 보다는 무엇을 포기해도 되는지를 먼저 정하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가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당신은 오늘 무엇을 트레이드 오프 하고 있는가? 또 무엇을 얻고, 무엇을 포기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