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스케치] 이재명을 지지한다.

나의 10대는 노태우, 김영삼이었고, 20대는 김대중, 노무현이었다. 30대는 이명박, 박근혜의 시대였다. 사실 10대 시절엔 아빠가 정치인 이야기나 정치 방송을 보고 있으면 도대체 저런 재미 없는 것을 왜 보나 하는 생각이었다. 안타깝게도 20대에도 정치에 그리 관심이 있지는 않았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인 시절이었지만 사실 대통령이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인줄도 몰랐다. 그저 내가 누리는 모든 것이 공기처럼 당연히 존재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30대가 되면서는 생각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시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뜯어 말리는 4대강 사업이 추진되는 것을 보면서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이란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정치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투표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어떤 사명감 같은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명박의 시대가 끝날즈음 대통령 선거에서 내 또래 사람들 누구나 그랬듯이 나는 박근혜를 지지하진 않았다. 토론회를 한 번 보기만해도 어떻게 저런 사람이 출마했는지조차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51.6%라는 기묘한 수치로 당선이 되었다.

이명박근혜가 나에게 끼친 가장 큰 업적이라면 정치에 1도 관심 없었던 내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도록 만들어 주었다는 점일 것이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연유로 진짜 이명박 이후로는 투표에 빠지지 않았고, 심지어 찍을 사람이 없어도 덜 나쁜 놈을 찍으려고 노력했다. 언제나 최선은 없었고 차악만 있었다. 나에게 대한민국 정치란 그랬다.

탄핵 정국이 시작되고 이번 대선도 별반 다르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고만고만한 인물들 사이에서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차악에게 나의 표를 주어야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출마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나오고 그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살펴 보면서 의외의 인물을 발견했다. 이재명이다. 일단 말을 알아 들을 수 있도록 참 잘했고, 생각하는 방향이 평소 내가 생각했던 방향과도 어느 정도 일치하는 느낌이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어쩌면 저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아주 약간은 좋은 방향으로 대한민국이 바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어쩌면 내가 발견한 첫번째 최선인지도 모르겠다. 말 그대로 진짜가 나타났다.

자원의 획득과 분배

정치란 무엇일까? 수많은 사변적이고 철학적인 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정치는 단순하다. 자원을 어떻게 획득해서 어떤 내용으로 분배할 것인가가 전부다. 부족 사회에서의 빅맨과 같은 것이다. 어떻게 사냥해서 자원을 획득할 것이고, 그 사냥이 끝났을 때 획득한 자원을 어떻게 공평하게 나눌 것인가를 결정하는 역할이다. 현대 정치도 빅맨이 했던 일 그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체로 출마 선언을 한 많은 사람들이 이런 빅맨의 관점을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진다. 한 후보는 그건 정책 연구가들이 해야 할 일이라며 폄하하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철학을 이야기 한다는 말을 늘어놓는다. 그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그 철학의 끝에 나와야 하는 얘기가 자원의 획득과 분배 방법이라고 말이다. 그런 결론이 없는 철학 이야기는 그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또 다른 한 후보는 분배에 관한 이야기를 주구장창 했다.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꿀발린 이야기를 마치 먹이감 주듯이 툭툭 던져주었다. 하지만 그에게 어떻게 그걸 가능케 할 거냐는 질문을 했을 때 그는 자신이 한 말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얼마 만큼의 자원이 필요한지도 몰랐고, 그걸 또 어떻게 획득할지에 대해서는 더 몰랐다. 그저 가능하다는 애매한 말만 늘어놓았다. 몇 년 전 박근혜도 그랬다. 증세 없는 복지가 어떻게 가능하냐는 질문에 그래서 내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것 아니냐는 경천동지할 대답을 했었다.

이재명은 달랐다. 일단 그는 철학적 고뇌의 산물이 자원의 획득과 분배라는 것을 아는 사람처럼 보였다. 왜냐하면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을 때 분배에 관한 이야기를 전면에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논조는 단순하다. 우리 나라는 지금 자원이 지나치게 편향적으로 분배되고 있으니 그걸 인위적으로라도 약간은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가 하는 주장 대부분이 대체로 좋은 사회라고 평가받는 곳에서 하는 이야기니까 적당히 차용해 왔을 수도 있다. 그의 진정한 강점은 그 뒤에 있다. 바로 그걸 실현시키기 위한 계획이다. 그는 자신이 제시한 일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원의 총량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그걸 어떤 방식으로 조달할지에 대한 계획도 구체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계획이 터무니 없어 보이지 않았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수긍할만한 시나리오였다. 그리고 어쨌든 그는 결정적으로 내가 살고 있는 성남시에서 지금 그가 주장하는 정책을 실제로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이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하나 자원의 획득과 분배의 관점에 있어서 그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요즘 우스개로 이야기하는 우클릭, 좌클릭으로 평가되는 행동을 그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하지 않았다. 대체로 정치가 많은 표를 모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다양한 이해 집단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그들의 구미가 당길만한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보면 처음 자신이 주장했던 것과는 상충되는 이야기를 해버리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분배가 불균형하고 대기업 집단이 가지고 가는 이익이 지나치게 많다는 논조로 시작해서는 대기업 집단도 끌어들이기 위해서 법인세를 인하하겠다는 말을 해버리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재명은 명확하다. 굳이 표를 더 얻기 위해서 입장을 바꾸지는 않겠다는 이야기를 분명히 했다. 물론 이게 정치공학적인 관점에서는 나쁜 수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실패할지언정 그와 같이 일관성 있는 사람을 지지하고 싶다.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

경제는 중요하다. 사실 정치라는 것도 우리가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일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 경제라는 것이 사람이 만든 것이라 참 쉬울 것 같으면서도 어렵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많고 심지어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대가들 사이에서도 정 반대의 입장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사실 정답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저 입장이 있을 뿐이다.

그런 입장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입장은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들 수 있다. 저축과 긴축을 강조하는 관점을 가질 수도 있고, 소비와 지출을 강조하는 관점을 가질 수도 있다. 어떤 관점이든 말은 된다. 저축과 긴축을 통해 아낀 돈을 집중적으로 성장 산업에 투자하여 파이를 키운 다음 나눠 먹자는 생각이 있을 수 있고, 경제는 흐름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소비는 결국 누군가의 소득으로 이어지고 이 과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첫 단추는 지출에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후자의 관점을 지지하고 이재명 시장도 그렇게 바라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 경제가 이렇게 삐걱거리게 된것은 과도한 가계 대출과 명목 소득 감소로 인해 일반 서민 절대 다수의 구매력이 떨어졌고, 구매력이 떨이지니 소비가 활성화 되지 않을 수 밖에 없고, 소비가 활성화 되지 않으니 기업이 투자할데가 없어진 것에 기인한다는 논리다.

이런 관점에서 그가 이야기하는 기본 소득은 그의 말처럼 성장 정책이 될 수도 있다. 일반 서민 절대 다수에게 기본 소득을 지급함으로써 구매력을 보충하고 그 구매력을 토대로 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게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맞는 말이다. 부자한테 100만원 더 줘봤자 통장 잔고에 숫자만 올리는 일이 되겠지만 일반 서민들에게 그 돈이 간다면 소비로 이어지고 경제가 다시 돌아가게 만들 수도 있다.

경제 문제에 빠질 수 없는 이야기가 또 일자리 문제다. 사실 일자리 문제도 앞선 관점의 연장선상에 있다. 긴축 주의자들은 저축을 통해 확보된 자원을 특정 분야에 집중 투자함으로 그곳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소비 주의자들은 경제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그 과정 속에서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실 현대 사회는 긴축이든 소비든 둘다 일자리 만들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생산성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시장에게 일자리 문제를 물었을 때였다. 의외로 그가 일자리 문제에 대해선 사실 그건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는 솔직한 답변을 했다. 나는 이 지점에서 그를 더 좋게 봤다. 왜냐하면 그 대답으로 부터 우리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실을 추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적어도 그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아니다. 2) 그가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 정말 많은 공부를 했다. 그도 알고 있는 것이다. 소비를 활성화 시켜서 계획대로 경제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해도 일자리는 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그는 거짓말을 하거나 말도 안되는 공약을 남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체로 다른 후보들은 1) 생각이 없다. 2)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강제로 늘리겠다는 공약을 남발한다. 그리고 이어진 이재명 시장의 답변은 더 현실적이었다. 부족한 일자리를 그나마 늘리는 방법은 노동 시간 단축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잃을게 많은 의견인 것 같지만 표를 의식하지 않고 그는 소신을 밝혔다.

이재명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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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투표 해야 세상이 바뀐다.

우리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이제는 어느 정도 분명해졌다. 저 사람은 힘이 있으니까, 저 분은 높으신 분이니까, 쟤는 돈이 많으니까, 나라 일을 하다 보면 적당히 그럴 수도 있으니까. 털어서 먼지 하나 안 나는 사람은 없으니까. 어쨌든 그래도 그덕에 먹고 사니까. 이런 이유로 잘못된 것들이 너무 많이 방치돼 있었다. 이제는 조금은 정리를 하고 갈 시점이다. 그런 국민들의 염원이 지금의 탄핵 정국까지 오게 만든 원동력일 것이다. 어쨌든 한 가지는 분명하다. 고기도 먹어 본 놈이 잘 먹고, 싸움도 싸워 본 놈이 잘 싸운다. 평생을 싸워 왔고 시장을 하면서도 줄곧 싸웠다. 나 대신 기득권 세력과 가장 잘 싸워 줄 사람이 누구인지는 명확하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모두가 조금씩은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모여서 함께 살아간다. 대통령을 뽑는 것이 성인군자를 뽑는 게임은 아니다. 이재명도 완벽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 사람이 2017년 대한민국을 가장 잘 이끌어 갈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재명을 지지한다.

덧) 이재명 후원은 여기서 할 수 있고, 민주당 경선 신쳥은 여기서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