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스케치] 더 행복한 한 해를 꿈꾸며...

난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한다. 하기 싫은 건 하지 않는다.

25년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내가 살아오면서 지킨 단 한가지의 원칙이 있다면 저것일 것 같다.
난 하고 싶은 것만 했다. 재밌는 일들만 했고, 재미없는 것들은 하지 않았다.

거기에 특별한 가치관이나 판단 기준은 없었다.
단지 하고 싶고 재밌으면 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 문득 든 생각은 점점 하루하루 더해질수록 저러한 나의 생활 방식에
많은 가치관이 더해진다는 점이다. 하기 싫지만 xx때문에 해야 하고,
하고 싶지만 yy때문에 못하는 일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순간 기분 나빴다.
그래서 난 과감하게 14만원, 계절학기 6학점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재미없는 수업이고 그다지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포기하면 이렇게도 마음이 가벼워 지는 것을 왜 굳이 꼭 쥐고 있었나 모르겠다…​
그 일 외에도 즐길만한 일들이 산더미 처럼 쌓여 있는데…​ ㅡ.ㅡ#

— 사탕... 2005

25살에 당차게 저런 생각을 했던 나의 35살, 2015년은 그때와는 사뭇 달랐다. 이유가 붙어서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이 줄기차게 늘어났고 나를 위한 시간은 정말 쥐꼬리만큼도 없었다. 게다가 그 모든 일들은 계절학기처럼 쉬이 포기할 수 있는 일들도 아니었다. 더러 잠깐 포기하는 경우에는 주변에서 엄청난 비난과 원망을 들어야 했다. 그런 시간이 오래되니 나중에는 마치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처럼 돼 버렸다.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좀비처럼 말이다. 그런 내가 측은해 보였다. 남이야 뭐라든 나라도 재밌어야 주변 사람도 재밌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내가 호흡기를 해야 내 아이도 해 줄 여유가 생기는 법처럼 말이다. 그래서 새해 벽두엔 모든 핀잔과 원망을 뒤로한체 드라마 정주행을 했다. 물론 상당한 외압이 있었지만 나는 행복했다.

리멤버: 아들의 전쟁

포토닉메모리(본 것은 죄다 기억하는)를 가진 주인공이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의 누명을 풀기 위해서 변호사가 되어서 복수를 하는 내용의 법정 드라마다. 포토닉메모리를 가진 주인공으로 훈훈한 유승호 나와 주시고, 히로인으로 더 훈훈한 박민영씨가 출연해 주신다. 일단 주연 배우들의 비주얼이 훈훈해서 먹고 들어가는데 내용 또한 그렇게 구리진 않다. 퍼즐 조각을 엮기 위한 억지스러운 설정으로 보여지는 부분들도 있지만 대체로 개연성있게 스토리가 진행된다. 스토리 진행이 엄청 빠르다는 건 덤. 거기다 와이프 말마따나 코리안 멜로 코드가 아직까지는 많지 않다. 끝으로 최신 유행하고 있는 베테랑 흥행 코드가 깔려 있다. 유승호가 싸우는 세력이 재벌2세다. 그리고 조연으로 나오는 박성웅씨 의상, 연기가 압권이다, 황정민삘난다. 여튼 이런 전차로 1회 보고 나서 냅다 6회까지 정주행했다. 7회 분이 이번주 수욜 방영하는데 본방 사수할 것 같은 드라마…​

블러드

뱀파이어 + 의학물 정도의 드라마. 주연 배우는 알 수 없는 하이틴 스타로 추정되는 남자 배우고 악역으로 지진희씨가, 히로인으로 구혜선이 나온다. 왠만하면 지진희씨가 나오는 드라마는 피하는 편인데 구혜선이 나와서 봤다는 썰이 있다. 1회 보고는 접을려고 하다가 본게 아까워서 몇 편 더 봤는데 냅다 정주행하게 되었다. 그 여파로 와이프에게 캐갈굼, 캐욕, 급기야 네번째 50일 촬영에 끌려가는 비극이 있었지만 최선을 다해서 20회까지 사수했다. 끝에는 지루해서 빨리감기를 좀 많이 했다.

스토리 설정이 참신한데 한 감염학자(의학자)가 해외 어딘가에서 뱀파이어 이야기를 듣고 시체를 발굴해서 뱀파이어 바이러스를 만들어 낸다는데서 출발한다. 그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뱀파이어가 되는데, 뱀파이어는 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 뱀파이어다. 밝은거 못 보고, 체온 낮고, 심박 빠르고, 피 보면 환장하고, 20대의 젊음을 한 250년 정도 유지하다가 죽는 그런…​ ㅋㅋ~ 그렇게 연구를 하던 랩실의 3명이 감염자가 되는데 다른 사람들은 이걸 폐기하자 그러고 지진희는 세상 밖으로 꺼내야 한다고 하면서 싸움이 난다. 늘 그렇듯이 악역이 교수와 친구 2명을 모두 죽이고 독차지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그 죽인 친구 둘은 캠퍼스 커플이고, 감염된 뱀파이언데 그 사이에서 자식이 태어났으니 그게 주인공이다. 그렇게 둘이서 세월이 흘러 흘러 한국의 한 병원에서 만나서 지지고 볶는 그런 썰이다.

첨에는 의학물적인 내용이 더러 나와서 우왕 내가 안 본 의학 드라마도 있었넴, 게다가 액션까지 했는데,…​ 가면 갈수록 코리안 멜로와 알 수 없는 뱀파이어 호러물로 변질되면서 쩜쩜점했다. 끝은 이미 뻔했지만 본 게 아까워서 끝까지 정주행하는 예를 갖췄다.

행복의 기원

새해 벽두를 그냥 드라마만 냅다 정주행한것처럼 보이지만 와이프의 눈총과 육아를 병행해야 했던 시간에는 책도 읽었다. 한권은 행복에 관한 how보다는 why에 대한 답을 담고 있는 "행복의 기원"이란 책이다. 그냥 단순한 싸구려 자기계발서의 주장을 담고 있는 책은 아니고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써진 책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용이 팍팍 와 닿았다. 성격이 중요하고 유전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다소 충격을 받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책에서 밝히는 또 하나의 충격적인 사실 중에 하나가 있다. 윤종신씨인지 유희열씬지가 방송에서 음악 열심히하고 그러는게 다 여자한테 잘 보이려고 하는거라고 했었던 말이 팩트라는 것이다. 진화론적 근거가 있는 이야기라는 사실. 공작새의 꼬리처럼 생존과는 별 상관 없어보이지만 이성에게 어필하기 위해서 그러는게 맞다는 다소 어이없지만 황당한 이야기. 인생 뭐 별 거 없다. 베토벤도 모짜르트도 여자한테 잘 보이려고 밤을 새며 작곡했다는 썰~ 그럼 혹시 토발즈와 카맥도? ㅋ~

유학 시절, 지도 교수가 쓴 논문을 읽은 적이 있다. 제목은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나는 이것이 행복의 가장 중요한 진리를 담은 문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지금 나는 왜 이모양으로 살고 있는가? 우리는 이런저런 이유를 떠올린다. 부모를 잘 만나서, 혹은 잘못 만나서, 대학 전공 때문에, 기타 등등. 조금씩은 모두 관련이 있겠지만 무엇을하며 어떤 인생을 사느냐를 결정하는 데 상당히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성격이다.

다시 말하지만 행복의 원인 중 사람들이 가장 과대 평가하는 것이 돈과 같은 외적 조건이다. 이 챕터에서는 반대로 행복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대부분이 미처 생각지 않는 요인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어떤 것이 그렇게 중요할까? 오랫동안 행복을 연구한 석학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그 질문을 한다면 대답은 거의 비슷할 것이다.
"유전. 더 구체적으로는 외향성."

행복의 핵심을 한 장의 사진에 담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의 내용과 지금까지의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총제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것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장면이다. 문명에 묻혀 살지만, 우리의 원시적인 뇌가 여전히 가장 흥분하며 즐거워하는 것은 바로 이 두가지다. 음식, 그리고 사람.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모든 껍데기를 벗겨내면 행복은 결국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요약된다. 행복과 불행은 이 장면이 가득한 인생 대 그렇지 않은 인생의 차이다. 한마디 덧붙인다면 "The rest are details." 나머지 것들은 주석일 뿐이다.

— 행복의 기원 - 서은국

가끔은 겪하게 외로워야 한다

김정운 교수의 신간이다. 왠만하면 자기계발서는 읽지 않는 편인데, 김정운 교수가 쓴 책이라 재미 삼아 읽었다. 내용도 그냥 가볍게 읽기 좋은 책으로 보여진다. 김정운 교수 팬이긴 한데 그의 "에디톨로지"는 정말 읽기 힘들어서 읽다 말았었다. 가볍게 개념만 편식하는 걸로 ㅋㅋ~ 근데 이 책은 그냥 심심풀이로 읽기 좋다. 김정운 교수는 이런 책이 어울린다는 개인적인 생각…​

행복하자~

할아버지는 주당이셨다. 평생 반주를 하셨는데, 나중에는 술이 주고 밥이 부가 될 지경이었다.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해 계섰을 때 엄마가 첨으로 와인을 사드렸는데 이런 술이 있냐며, 왜 진작 자신에게 사주지 않았냐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병원에서도 노환이니 좋아하시면 그냥 드리는 것도 괜찮다고 해서 와인을 종종 드시면서 마지막 병원 생활을 하셨다.

아빠는 내기 바둑과 장기, 고스톱에 빠져서 평생을 살았다. 돌아가시고 엄마한테 들어서 안 사실이지만 아빠의 도박 편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렇게 평생을 좋아하더니 마지막 까지도 집 앞 공원에서 내기 장기를 두고는 가셨다. 병원에서 칼륨 수치를 관리해야 한다고 짠 걸 드시지 말라고 하셨을 때 한 말씀이 생각난다. 죽으면 죽었지 먹고싶은건 먹어야겠다고 말이다. 여튼 그렇게 아빠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다 하시고 가셨다.

어떤게 정답인지는 모른다. 당장의 쾌락을 따르며 사는게 좋은건지, 아니면 근엄하게 사는게 좋은건지 말이다. 하지만 이것 저것 따질것 없이 그냥 지금 행복하게 사는게 중요한 건 아닐까? 얼마간 더 사는 것보다 오늘 재미난 일을 하고 행복하게 사는게 더 소중하지 않을까? 내일은 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당장 가진 오늘을 더 재미있고 행복하게 영위하는게 훨씬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참으로 유전이란 걸 무시못하는건가 싶기도 하다. 여튼 2016년은 행복한 일로 가득한 한 해가 되길 소망해 본다. 맛집블로그로 전환될지도 모르겠다 ㅋㅋㅋ~